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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당신이 보고 싶어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나도 모르게가지를 뻗은 그리움들이자꾸자꾸 올라갑니다 나를 다스릴 힘도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찬미의 말보다침묵 속에도 불타는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 김해 수로왕릉, 2014년 8월 16일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삶이란나 아닌 그 누구에게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연탄차가 부릉부릉힘 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 먹으면서도 몰랐네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생각하면삶이란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가평역 인근 길가에서, 2013년 12월 8일
그래봤자 결국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오늘부터 나는 반성하지 않을 테다. 오늘부터 나는 반성을 반성하지 않을 테다. 그러나 너의 수첩은 얇아질 대로 얇아진 채로 스프링만 튀어오를 태세. 나는 그래요. 쓰지 않고는 반성할 수 없어요. 반성은 우물의 역사만큼 이나 오래된 너의 습관. 너는 입을 다문다. 너는 지친다. 지칠 만도 하다. 우 리의 잘못은 서로의 이름을 대문자로 착각한 것일 뿐. 네가 울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 본다면 나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겠다고 결심한다. 네가 없어지거나 내가 없어지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그러나 너는 등을 보인 채 창문 위에 뜻 모를 글자만 쓴다. 당연히 글자는 보이지 않는다. 가느다란 입김이라도 새어나오는 겨울이라면 의도한 대로 너는 내 존재의 고독을 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귀가길 버스 안, 2013년 2월 6일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 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도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 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 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 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 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